바빌론
바빌론(Babylon, 바벨론)은 고대 도시국가 바빌로니아(Babylonia)의 수도였다.
수도의 이름을 따 국명을 바빌로니아라 칭했는데, 나라와 수도를 통칭해 흔히 바빌론이라고 일컫는다.
세계사를 살펴보면 두 개의 바빌론이 존재한다.
하나는 기원전 18세기에 번성했던 아모리인(아무루인)의 제국이고, 다른 하나는 기원전 7~6세기에 근동 지역의 패권을 장악했던 칼데아인(Chaldeans, 성경의 갈대아인)의 제국이다.
두 제국을 구분하기 위해 고바빌로니아와 신바빌로니아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한글성경 《개역한글》과 《개역개정》에는 ‘바벨론’이라고 언급되어 있는데, 대부분 칼데아인이 세운 신바빌로니아왕국을 가리킨다.
바빌론의 위치와 뜻
바빌론의 위치는 오늘날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에서 남쪽으로 약 90km 떨어진 유프라테스강 유역이다.
이곳은 세계 4대 문명의 발상지 중 하나인 메소포타미아문명이 시작된 곳이기도 하다.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는 ‘강 사이의 땅’이라는 뜻의 그리스어로,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 사이의 지역을 가리킨다. 농경에 유리한 평야인 데다 그 지형이 초승달 모양을 하고 있어 ‘비옥한 초승달 지대’라 불리기도 한다.
메소포타미아의 두 강은 생존에 꼭 필요한 물을 풍부하게 제공했기에 그 일대에는 여러 민족들에 의해 많은 도시국가가 형성되었다.
수메르(Sumer), 아카드(Akkad), 바빌론이 대표적이다.
구약성경 창세기는 대홍수 이후 노아의 세 아들을 통해 여러 민족이 발생한 사건을 언급하며 세계 최초의 정복자라 불린 니므롯(님로드, 님루드)이 메소포타미아의 남부 지역인 시날(Shinar)에 바벨(바빌론), 에렉(우르크), 악갓(아카드), 갈레(갈라)를 중심으로 나라를 세웠던 역사를 전하고 있다(창세기 10:8~10).
시날의 네 도시 중 바벨이 바로 바빌론인데, 바빌론은 ‘혼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불리게 된 사연은 바벨탑 사건을 통해 짐작할 수 있다(창세기 11:1~9).
창세기에 따르면 바벨탑 사건이 일어나기 전에는 전 세계가 동일한 언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동쪽으로 이주하다가 시날의 한 평야에 정착한 후, 자신들의 명예를 높이고 결속을 다지기 위해 하늘까지 닿을 만한 탑을 쌓으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이는 하나님의 개입으로 중단되었다.
하나님께서 그들의 언어를 혼잡하게 하여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하시고, 그들을 뿔뿔이 흩어지게 하신 것이다.
그 후 사람들은 그곳의 이름을 바벨이라고 불렀다.
바벨의 원어는 ‘혼란하다, 혼잡하다, 뒤섞이다’라는 의미의 히브리어 בָּלַל(발랄)에서 파생되었다.
바빌로니아왕국(바빌론제국)
고바빌로니아왕국(바빌로니아 제1왕조)
기원전 21세기경 셈계의 유목 민족 아모리인은 메소포타미아의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 정착한 후 점차 세력을 넓혀 바빌론을 중심으로 왕국을 세우고 수도의 명칭을 따라 바빌로니아라 이름했다.
훗날 칼데아인이 세운 신바빌로니아왕국과 구분하기 위해 고바빌로니아, 바빌로니아 제1왕조, 아모리왕국 등으로 칭하기도 한다.
고바빌로니아왕국은 기원전 1790년경 제정된 《함무라비법전》으로 유명한 제6대 왕 함무라비(Hammurabi) 때 전성기를 누렸다.
함무라비는 아카드의 왕 사르곤 1세(Sargon Ⅰ) 이후 메소포타미아를 통일한 두 번째 왕이었다.
함무라비 시대 바빌로니아왕국은 메소포타미아 일대의 주변국들을 정복한 후 중앙집권체제를 도입해 왕권을 강화하며 당시 오리엔트 세계의 최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
바빌로니아는 최초의 체계화된 도시국가였던 수메르와 아카드의 문화를 기반으로 발전했다.
아카드어를 공용어로 삼아 언어를 통일하고, 수메르인들의 아치형 건축 기술을 도입해 꾸며진 바빌론은 화려한 도시로 변모했다.
종교는 수메르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수메르인들의 종교는 현세적 다신교로, 바람과 대기의 신 엔릴(Enlil)을 최고의 신으로 믿었다.
도시 중심에는 거대한 사원 지구라트(Ziggurat)를 건축해 수호신들을 숭배했다.
바빌로니아는 수메르의 다신교적 문화를 따라 아누(Anu), 마르두크(Marduk, 성경의 므로닥), 탐무즈(Tammuz, 성경의 담무스), 벨(Bel, 성경의 바알), 이슈타르(Ishtar, 성경의 아스다롯) 등 여러 신들을 신봉했다.
아누는 바빌로니아 신화 속에서 천계의 왕이자 신들의 아버지, 마르두크는 바빌로니아의 수호신, 탐무즈는 봄과 목축과 식물을 지배하는 풍요의 신, 벨은 태양과 바람과 폭풍의 신, 이슈타르는 사랑과 전쟁의 여신으로 숭배되었다.
바빌로니아의 신화와 종교는 팔레스타인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 전파되었다.
앞서 언급한 대로 벨과 이슈타르의 이름은 각각 바알(Baal)과 아스다롯(Ashtoreths), 아세라(Asherah), 아스타르테(Astarte) 등으로 바뀌었다.
바알은 가나안인들의 주신(主神)으로, 배우자 신 아스다롯과 함께 열렬히 신봉되었다.
구약성경 사사기에는 사사시대 이스라엘 민족이 여호와 하나님을 버리고 바알과 아스다롯(아세라)을 숭배하는 죄를 반복해서 범하여 하나님의 진노를 샀던 일이 기록되어 있다(사사기 2:11~15, 3:7~8, 8:33, 10:6~10).
고바빌로니아왕국은 기원 1600년경 철제 무기와 전차를 만들어 공격해온 히타이트(성경의 헷)로 인해 쇠퇴하였다.
이후 바빌로니아는 카시트에 이어 아시리아(성경의 앗수르)의 지배를 받게 되었다.
신바빌로니아왕국(칼데아왕국)
고바빌로니아가 멸망한 후 천 년이 지난 B.C. 625년경, 아시리아가 국력이 약해진 틈을 타 어느 민족이 바빌론을 차지했다.
페르시아만 북부의 셈계 유목민 칼데아인이었다.
칼데아의 나보폴라사르(Nabopolassar)는 바빌론에서 독립을 선언하고 옛적 고바빌로니아의 후계자를 자처하며 나라를 건설했다.
이름하여 신바빌로니아(New Babylonia)왕국이다.
칼데아인이 세운 왕국이라 하여 칼데아왕국이라고도 한다.
성경에서 바빌론 왕을 ‘갈대아 왕’이라고도 표현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역대하 36:6, 17 비교, 다니엘 5:30).
신바빌로니아왕국은 찬란한 문화를 꽃피우며 메소포타미아의 강대국으로 급부상했지만 그 역사를 오래 이어가지 못했다.
신바빌로니아 왕의 계보는 신바빌로니아를 창설한 나보폴라사르, 최고 전성기를 이룩한 네부카드네자르 2세(Nebuchadnezzar Ⅱ, 성경의 느부갓네살), 부자 지간으로 왕국을 공동 통치했던 나보니두스(Nabonidus, 또는 나보니도스(Nabonidos))와 벨사자르(Belshazzar, 성경의 벨사살)까지 겨우 3대에 그쳤다.
B.C. 612년경 신바빌로니아왕국의 초대 왕 나보폴라사르는 메디아왕국과 동맹해 아시리아의 수도 니네베를 함락했다.
그리고 이집트를 제외한 옛 아시리아의 영토를 차지해 여러 도시와 왕궁, 신전 등을 지어 제국을 건설했다.
나보폴라사르가 죽은 후 그의 아들이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다.
네부카드네자르 2세다.
그는 이스라엘 남쪽의 약소국가였던 유다 왕국을 침공해 멸망시키고 이스라엘 민족을 포로로 끌고 간 일로도 유명하다.
신바빌로니아왕국은 네부카드네자르 2세 때 최대의 황금기를 누렸다.
바빌론은 ‘세계의 수도’라 불릴 만큼 정치제도, 상공업 등의 경제, 미술, 건축, 천문학 등 여러 면에서 고도로 발달한 문화도시로 탈바꿈했다.
칼데아의 천문학자들이 작성한 별들의 운행도는 오늘날의 천문학자들도 참고할 정도로 뛰어났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꼽히는 공중정원도 이때 지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1899년부터 1917년까지 독일의 고고학자 로베르트 콜데바이(Robert Johann Koldewey)에 의해 발굴된 바빌론 유적은 바빌론이 찬란한 문화를 가진 도시였다는 것을 입증해준 사료였다.
바빌론은 그야말로 난공불락의 요새였다.
성 안팎으로는 유프라테스강이 흘러 도시에 물을 풍부하게 공급했고, 해자를 따라 직사각형 형태의 성벽이 도시 전체를 에워싸고 있었다.
벽돌로 견고하게 쌓아 올린 성벽에는 100여 개의 성문이 달려있었다.
성벽의 높이는 100m에 달했고, 두께가 12m에서 24m가량의 성벽이 이중으로 요새처럼 감싸고 있었다.
로베르트 콜데바이가 발굴한 바빌론 유적에는 바벨탑과 공중정원, 신바빌로니아 왕궁 터, 성문 터, 신전 터, 이슈타르의 문, 마르두크 신전, 바빌론의 행진로와 바빌론 상징 동물인 사자상 등이 있다.
바벨탑은 약 90m 높이의 고탑으로, 2단의 사각형 기단 위에 7층으로 나선형 계단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공중정원은 대궁전의 일부로, 산악지대 출신인 왕비를 위해 계단식 테라스를 조성하여 꾸민 정원이다.
특수 장치를 이용해 물을 끌어올려 정원을 가꾸었다고 한다.
네부카드네자르 2세가 죽은 후 바빌론은 왕권 다툼으로 혼란에 휩싸였다.
B.C. 556년 하란의 명문 출신이자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모계 쪽 혈족으로 추정되는 나보니두스가 바빌론의 지배자로 군림했다.
그는 달의 신 ‘신(Sin)’을 숭배하는 신전의 사제였던 어머니를 따라 달의 신을 열렬하게 신봉했다.
집권 초기 종교개혁을 시도하다 마르두크를 주신으로 숭배하는 바빌론의 사제들이 봉기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나보니두스는 통치 기간 대부분 시리아 원정 등 여러 사정으로 바빌론을 떠나 있었다.
아라비아의 오아시스 지대인 타이마(Tayma)에 오랫동안 머물러 있기도 했는데, 그 이유에 대해서는 여러 설이 제기되고 있다. 마르두크 제사 의식에 참여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설, 중병에 걸려 요양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다.
결국 나보니두스는 아들 벨사자르를 공동 통치자로 세워 섭정하게 했다.
구약성경 다니엘서에는 유다 왕국의 포로 다니엘이 벨사자르의 눈에 들어 바빌론제국의 셋째 치리자, 즉 서열 3위에 해당하는 관직에 올랐다고 기록하고 있다(다니엘 5:7, 16, 19).
다니엘이 나보니두스, 벨사자르에 이은 통치자였던 것이다.
참고로, 다니엘 5장 18절에는 벨사자르가 네부카드네자르 2세의 아들로 언급되어 있으나 모계 쪽 손자, 또는 왕위를 계승한 후계자로 보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벨사자르는 부왕을 대신해 국정을 운영해야 했지만 노는 것을 좋아했다고 전해진다.
고대 세계 막강한 영향력을 떨치며 찬란한 문명세계를 이룩했던 바빌론에 망국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것은 초대 왕 나보폴라사르가 제국을 건설한 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B.C. 539년 페르시아제국의 왕 키루스 2세(Cyrus Ⅱ, 성경의 고레스)에 의해 멸망하고 만 것이다.
벨사자르는 부왕 나보니두스와 함께 바빌론의 마지막 통치자로 역사에 기록되었다.
성경 역사에 등장하는 바벨론
구약성경 열왕기, 역대기 등 여러 역사서와 이사야, 예레미야, 다니엘 등 예언서에는 많은 지면에 걸쳐 바벨론, 즉 신바빌로니아왕국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바벨론이 하나님의 백성 이스라엘 민족을 멸망시켰기 때문이다.
이스라엘이 멸망한 이유는 하나님을 배역하고 하나님의 규례와 법도를 어긴 결과였다.
북왕국 이스라엘이 일찌감치 아시리아에 의해 멸망당한 후 유다 왕국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는 강대국들의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유다 왕국 말기는 그야말로 풍전등화 같았다.
요시야의 뒤를 이어 왕이 된 여호아하스는 3개월 만에 이집트 왕조의 제26대 왕 네코 2세(Necho Ⅱ, 느고)에 의해 폐위되어 이집트로 끌려갔다.
느고는 여호아하스의 형제 여호야김(엘리아김)을 옹립했고, 여호야김은 느고에게 조공을 바쳤다.
성경은 여호야김이 11년간 유다를 통치하는 동안 하나님 보시기에 악을 행했다고 전하고 있다.
여호야김은 바벨론의 압박을 받고 조공을 바쳤지만 3년 만에 배반하며 침략의 빌미를 제공했다.
결국 바벨론의 느부갓네살이 유다 왕국을 침공했을 때 하나님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철저하게 짓밟혔다.
B.C. 606년경부터 B.C. 586년까지 3차에 걸쳐 세 명의 왕 여호야김, 여호야긴, 시드기야와 함께 다니엘과 에스겔을 포함한 귀족, 지식인, 기술자 등이 포로로 끌려갔다.
바벨론의 학문과 언어를 가르쳐 신하로 부리기 위함이었다(다니엘 1:1~4).
하나님의 성전 기명과 보물들도 모두 빼앗겼다.
예루살렘성은 폐허로 변했고 솔로몬이 세운 성전은 파괴됐다.
약 100년 전 히스기야 시대, 하나님께서 이사야 선지자를 통해 말씀하신 대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때 이사야가 히스기야왕에게 말하였다.
왕은 여호와의 말씀을 들으십시오. 여호와께서는 왕의 조상들이 오늘날까지 궁전 창고에 쌓아둔 그 모든 것이 바빌로니아로 옮겨지고 하나도 남지 않을 것이며 또 왕의 아들 중 몇 사람이 끌려가 바빌로니아 왕의 궁전에서 내시가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현대인의성경, 이사야 39:5~7)
한편, 선지자 예레미야는 느부갓네살이 즉위하던 해, 이 모든 일이 하나님의 말씀을 듣지 않고 다른 신을 숭배한 결과라며 70년간 바벨론 왕을 섬길 것이라고 예언했다.
선지자 예레미야가 유다 모든 백성과 예루살렘 모든 거민에게 고하여 가로되 … 여호와의 말씀이 내게 임하기로 … 너희가 내 말을 듣지 아니하고 너희 손으로 만든 것으로 나의 노를 격동하여 스스로 해하였느니라 나 여호와의 말이니라 … 바벨론 왕 느부갓네살을 불러다가 이 땅과 그 거민과 사방 모든 나라를 쳐서 진멸하여 그들로 놀램과 치소 거리가 되게 하며 … 칠십 년 동안 바벨론 왕을 섬기리라
(예레미야 25:1~11)
그러나 하나님께서는 이사야와 예레미야를 통해 고레스에 의해 바벨론이 멸망하고 이스라엘 민족이 포로생활을 마치고 해방될 것이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전해주셨다(이사야 44:28, 45:1~3, 예레미야 29:10).
그 예언대로 바벨론은 B.C. 539년 페르시아(성경의 바사)의 고레스에 의해 멸망했다.
성경의 예언에 등장하는 또 다른 바벨론
바벨론이 페르시아의 왕 고레스에 의해 멸망한 지 약 600년 후 사도 요한은 밧모섬에서 계시를 보던 중 또 다른 도시 바벨론을 목격한다.
고대에 실존했던 바벨론과는 다른 차원의 도시다.
사도 요한이 본 계시 속의 바벨론은 세계 민족을 미혹하여 음행에 빠지게 하는 거짓 교회를 의미한다.
또 다른 천사 곧 둘째가 그 뒤를 따라 말하되 무너졌도다 무너졌도다 큰 성 바벨론이여 모든 나라를 그 음행으로 인하여 진노의 포도주로 먹이던 자로다 하더라
(요한계시록 14:8)
하나님께서 그 큰 도시 바빌론을 기억하셔서, 하나님의 진노를 나타내는 독한 포도주의 잔을 그 도시에 내리시니, 모든 섬들이 사라지고, 산들이 자취를 감추었습니다.
(새번역, 요한계시록 16:19~20)
이어 천사는 사도 요한에게 세상의 왕들과 땅에 사는 사람들을 유혹하여 음행의 포도주에 취하게 만드는 한 창녀를 보여준다.
그 여자의 이마에는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 큰 바빌론’이라는 이름이 비밀스럽게 새겨져 있었고, 그 여자는 하나님의 성도들의 피에 취해 있었다.
대접 일곱 개를 가진 그 일곱 천사 가운데 하나가 와서, 나에게 “이리로 오너라. 큰 바다 물 위에 앉은 큰 창녀가 받을 심판을 보여 주겠다. 세상의 왕들이 그 여자와 더불어 음행을 하였고, 땅에 사는 사람들이 그 여자의 음행의 포도주에 취하였다” 하고 말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천사는 성령으로 나를 휩싸서, 빈 들로 데리고 갔습니다. 나는 한 여자가 빨간 짐승을 타고 앉아 있는 것을 보았는데, … 이마에는 ‘땅의 음녀들과 가증한 것들의 어미, 큰 바빌론’이라는 비밀의 이름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 여자가 성도들의 피와 예수의 증인들의 피에 취하여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새번역, 요한계시록 17:1~6)
세상의 많은 사람들은 왜 거짓 교회에 미혹을 당하고 있는 것일까. 그 실체를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요한은 계시 속에서 음녀의 특징을 조목조목 나열하여 거짓 교회에 대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다.
이 여자는 자주색과 빨간색 옷을 입고 금과 보석과 진주로 꾸미고, 손에는 금잔을 들고 있었는데, 그 속에는 가증한 것들과 자기 음행의 더러운 것들이 가득하였습니다.
(새번역, 요한계시록 17:4)
한편, 또 다른 천사는 바벨론이 귀신들의 처소, 온갖 더러운 영과 각종 더럽고 가증한 새의 모이는 곳이라고 외친다. 성경에서 새는 마귀(사단)를 상징하기도 한다(마가복음 4:4, 15). 바벨론이 마귀의 권세를 받아 하나님을 대적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일 후에 다른 천사가 … 힘센 음성으로 외쳐 가로되 무너졌도다 무너졌도다 큰 성 바벨론이여 귀신의 처소와 각종 더러운 영의 모이는 곳과 각종 더럽고 가증한 새의 모이는 곳이 되었도다
(요한계시록 18:1~2)
고대 바벨론 제국이 우상 숭배가 극심했던 나라로, 하나님의 백성을 포로로 끌고 가는 악행을 저질렀던 것을 주목해볼 때, 요한계시록의 바벨론은 하나님이 아닌 각종 우상을 숭배하는 교회로, 하나님의 성도들을 음행으로 치닫게 하고 죄악의 포로로 볼모 삼아 하나님의 구원사업을 방해하고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다.
사도 요한의 계시를 통해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백성들을 향해 바벨론이 심판을 받을 것이기에 그곳에서 나와 재앙을 받지 말라고 촉구하고 있다.
또 내가 들으니 하늘로서 다른 음성이 나서 가로되 내 백성아, 거기서 나와 그의 죄에 참예하지 말고 그의 받을 재앙들을 받지 말라 그 죄는 하늘에 사무쳤으며 하나님은 그의 불의한 일을 기억하신지라
(요한계시록 18:4~5)
거짓 교회 바벨론에서 해방받는 길은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는 진리 교회를 찾는 것이다.